축구

네덜란드 대표팀 소개 - 유로 2024 무대를 향한 오렌지 군단의 진격

FootballfanLHJ 2024. 6. 9. 17:54

(파울리노 하나 님과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 파울리노 하나의 오르가니자도르 (tistory.com) )


서론

 
'세계에서 가장 낮은 땅'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2.5배 작으며 인구도 3배가량 적지만 축구 천재들을 상당수 배출해 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통념을 무너뜨리는 혁명적인 시도도 일으켰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혁명은 70년대 토탈 풋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74 월드컵에서의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토탈 풋볼이 중요시 여긴 연쇄적이고 유기적인 선수들의 혁명적인 위치변화는 현대에는 축구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유기적인 위치변화가 이루어졌을 때의 선수들의 이질감 없는 작용을 위해 선수들의 유틸리티성을 중요시하는 네덜란드의 관점은 현대 축구계에선 통념이 되었다.
 
이렇듯 네덜란드는 축구가 지금의 모습을 띄는 데에 정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축구사에 끼친 영향과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과 명성과는 별개로 네덜란드 국가대표는 우승과는 연이 없는 편이다.
 

1974 월드컵 결승에서 요한 크라이프의 찬스를 막아내는 제프 마이어. 결국 네덜란드는 준우승에 그친다.
 
토탈 풋볼을 앞세운 70년대엔 두 월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아르연 로번과 로빈 반페르시를 활용한 위력적인 역습을 앞세운 2010, 2014 월드컵에선 각각 준우승과 3위를 기록했다.
 

2010 월드컵 결승에서 패배한 네덜란드.
 
그러나 이렇게 우승과 연이 없는 네덜란드에게도 유일한 메이저 트로피가 하나 있으니. 유로 1988 서독이다. 이때 네덜란드는 로날드 쿠만, 마르코 반 바스턴, 루드 굴리트, 프랑크 레이카르트라는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들을 앞세워 앙리 들로네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2024년, '오렌지 군단'은 그 땅으로 돌아왔다. 36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고 그 땅의 이름도 더 이상 서독이 아니다. 그러나, 얼마나 지나고 얼마나 변했던 경험은 경험이다. 그 어떤 때보다도 알리 들로네의 향기가 익숙하게 느껴질 오렌지의 사자는 그리움 섞인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시스템

로날드 쿠만 감독은 4-3-3과 3-4-3 대형을 애용한다. 두 대형은 다르지만 내용적으로는 다르고 결과적으로는 비슷해지는 부분도 많아서, 쿠만이 4-3-3과 3-4-3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짚어보겠다.
 
- 공통점
 
네덜란드 유로 예비 소집 명단을 살펴보면 뎁스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측면 수비자원 중 명확한 주 포지션을 측면 수비로 두고 있는 선수가 제레미 프림퐁과 덴절 둠프리스 밖에 없다는 점이다. 둘 다 윙백 성향이 짙은 선수이며 이밖에 우측 수비를 볼만한 선수는 루트샤렐 헤르트루이다로 센터백과 우측 수비를 오가는 선수이다.
 
좌측 수비자원은 데일리 블린트, 나단 아케, 미키 반 더 벤으로 모두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모두 볼 수 있는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쿠만은 이러한 수비진들의 성향을 활용해 선발 대형이 4백일 때도 공격 대형으로 3백을 애용한다.
 
4백일 때에 쿠만은 주로 프림퐁이나 헤르트루이다를 라이트백으로 기용하는데, 공격적인 프림퐁을 라이트백에 기용했을 때엔 레프트백 자원들에게 스토퍼 역할을 요구하여 프림퐁이 오른쪽 윙의 자리로 이동하면 센터백 성향의 레프트백이 좁혀 서서 3백을 형성한다.
 

 
반대로 레프트백에 반더벤을 기용하며 직선적인 공격을 요구하거나, 데일리 블린트를 기용하며 공격전개를 요구할 때엔 라이트백으로 센터백 성향이 있는 헤르트루이다를 라이트백으로 기용해 스토퍼의 위치로 이동시키며 3백을 형성한다.
 


또한 이때 스토퍼에 위치하게 된 사이드백들 중 헤르트루이다와, 아케, 반더벤은 빠른 속도를 활용한 볼캐리 능력이 뛰어나기에 미드필더가 내려와 공간을 열어주면 직접 공을 운반하며 전진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포메이션이던 미드필더 중 하나가 2선 자원으로 활용되며 3-2-5 대형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선발 대형이 4-3-3 일 때 미드필더로 중앙에 사비 시몬스가 나오던  바이날둠이 나오던 흔히들 말하는 포켓에서 주로 활동하며 공격진의 데파이 또한 2선과 3선을 오가기에 이 둘이 인사이드 포워드가 되며 레프트백이나 라이트백의 선수가 전진해 윙의 자리에 위치하면서 3-2-5 대형이 완성되며
 



3-4-3일 땐 인사이드 포워드 옆으로 양 윙백이 높은 위치로 전진해 3-2-5 대형을 만든다.
 


또한 네덜란드의 전문 센터 포워드로는 바웃 베호르스트나 브라이언 브로비가 기용되는데, 등지는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이들이 인사이드 포워드들에게 공간과 공을 배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차이점

쿠만의 4-3-3과 5-2-3의 차이점은 수비 시에 두드러진다.

4백일 때엔 공격대형 3-2-5에서 오버랩한 풀백이 원위치로 돌아가고 센터 포워드의 양 옆 포워드가 측면 수비가담을 해주고 인사이드 포워드의 위치에 있는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 포워드가 투톱을 이뤄 4-4-2 대형을 형성해 상대를 가둬 수비하는 반면



5백일 때엔 공격 대형 3-2-5에서 양 윙백이 내려와 5백을 형성하고 포워드 중 하나가 중원에 가세하여 5-3-2 대형을 이루는데, 1차 압박선을 낮게 가져가되, 2차 압박선을 통과한 패스가 전달될 경우 순간적으로 가까운 수비수 중 하나가 전진하여 공을 지니고 있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순간적인 상대의 고립을 노리는 수비를 펼친다.
 

RCB에 위치한 더리흐트가 2차 압박선을 통과하는 패스가 나오자마자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강하게 압박.
 
버질 반다이크, 나단 아케, 마테이스 더리흐트, 스테판 데브레이, 달레이 블린트 등 개인의 수비기량과 함께 의사소통 능력까지 갖춘 수비진을 지닌 네덜란드이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핵심 선수 소개

 

(C) 버질 반다이크

 
 
버질 반다이크(Virgil Van Dijk)
 
소속팀: 리버풀 FC
 
다른 팀들과 비교하여 네덜란드 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을 꼽아보자면 철벽 같은 수비조직력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불허전 현시대 최고의 센터백 버질 반다이크가 있다. 반다이크는 센터백으로서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선수이며, 백 3과 백 4를 가리지 않기에 후방 구조를 가변적으로 구사하는 네덜란드 수비라인의 대들보와도 같다. 
 
이번 시즌 소속팀 리버풀 FC에서도 역시나 유럽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과시하였다. 후방 라인을 보호해주어야 할 3선이 수비적으로 온전하게 기능하지 못하여 구단의 체급에 비해 많은 찬스를 후방에 노출시킨 리버풀이었지만, 반다이크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여 후반기까지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멤피스 데파이

 
멤피스 데파이(Memphis Depay)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난 유로 대회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은 데파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시몬스, 프림퐁 등의 등장으로 그나마 상황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박스 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선수의 부재로 인해 데파이의 중요도는 여전하다. 현재 대표팀 역대 2위 기록인 A매치 통산 45골을 기록 중이며, 이번 대회에서 로빈 반페르시의 대표팀 역대 A매치 득점 1위(50골) 기록을 넘보고 있다.
 
'애국자형 공격수'로 꼽히는 대표적인 선수답게, 이번 시즌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활약은 리가 누적 출전 시간 1000분도 채우지 못하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사비 시몬스

 
사비 시몬스(Xavi Simons)
 
소속팀: RB라이프치히(임대)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일찍이 주목받은 유망주였지만 괄목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점점 잊혀가던 사비 시몬스. 그러나 이번 시즌 임대 이적한 RB라이프치히에서의 빼어난 활약은 커리어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속팀에서는 주로 1-4-2-2-2의 좌측 윙어 포지션을 소화했으며, 온더볼 능력이 매우 탁월해 1대 1에서 자신감이 있고 그 외 라인 브레이킹, 볼 운반, 기회창출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를 시도하는 투지가 인상적인 윙어이다.
 
대표팀에서는 주로 우측 윙어 내지는 미드필더로 출전하고 있으며, 프림퐁의 쓰임새나 학포의 퍼포먼스에 따라 소속팀에서와 같이 좌측에서 기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제레미 프림퐁

 
제레미 프림퐁(Jeremie Frimpong)
 
소속팀: 바이어 04 레버쿠젠
 
프림퐁은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킨 레버쿠젠의 핵심 선수로서 크게 주목받았다. 양쪽 윙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박스 안 침투와 클러치까지 요구하는 사비 알론소 감독의 시스템에서 맡은 바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표팀에서도 우측 윙백 내지는 윙어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대표팀과의 경기에선 스타팅 라인업부터 우측 윙어로 출전하여 멤피스 데파이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으며, 득점까지 기록하였다.
 
이번 유로 명단에 포함된 페예노르트의 신성 우측 수비수 헤이르트라위다와도 좋은 전술적 시너지를 공유하기에 프림퐁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추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시즌 후반기에 폼이 급격하게 떨어졌기에,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려면 프림퐁 본인이 일단 폼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디 학포

 
코디 학포(Cody Gakpo)
 
소속팀: 리버풀 FC

지난 월드컵에서 데파이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며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학포는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나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리버풀 FC에서 전개에 가담하는 펄스나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기에, 득점에 치중하는 역할을 맡았던 월드컵에서의 플레이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데파이와 함께 스위칭하며 중원에 가담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박스 안에서 존재감 있는 선수가 거의 없는 네덜란드 대표팀 특성상 여전히 소속팀에서보다는 클러치 능력이 요구되기는 할 것으로 보인다.
 


장단점, 전망

수비라인과 중원의 두 에이스

 
"토너먼트에선 수비가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수비수 버질 반다이크로 시작하여 토트넘 훗스퍼의 에이스 미키 판더번, 바이에른 뮌헨의 마티아스 더리흐트, 맨시티의 나단 아케, 만능 멀티플레이어이자 베테랑인 데일리 블린트, 인테르의 멀티플레이어 덴젤 둠프리스, 페예노르트의 신성 뤼츠하럴 헤이르트라위다, 백 3 시스템의 스페셜리스트인 스테판 더브레이까지 압도적인 수준의 수비라인 네임밸류, 그리고 네임밸류 못지않은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갖춘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몇년째 네덜란드의 공격을 책임지는 중인 데파이와 바이날둠 듀오

 
여전히 공격진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사비 시몬스, 제레미 프림퐁 등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친 톱클래스 선수들이 가세하여 지난 월드컵이나 유로 2020 대회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
 
또한 데파이와 바이날둠 듀오가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공격의 코어로 자리를 잡았기에, 합을 맞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다른 대표팀들의 공격라인보다 조직력 측면에서 외려 우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예상외로 차출되지 않은 지르크지

 
다만 의문이 남는 점은 이번 시즌 대단한 활약을 펼친 볼로냐의 조슈아 지르크지가 차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네덜란드 대표팀은 박스 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해 줄 선수를 필요로 하고, 지르크지가 슈팅이나 득점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브로비, 베호르스트 등 서브 자원으로 딥라잉 톱들을 차출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이번 시즌 유럽을 통틀어 최고의 딥라잉 포워드 중 하나였던 지르크지를 뽑지 않은 건 아쉬운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베호르스트는 대표팀의 베테랑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래도 브로비보단 지르크지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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